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법적 정의와 발행 자격 설정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보다 근본적인 작동 구조와 시장 수요 설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화 논의에서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로 △관계 부처 간 협력 △제도 작동 요건 마련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처 발굴이 꼽혔다. 디지털 자산 규율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실질적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발행사 인가 요건, 이자지급 금지, 준비자산 관리, 상환청구권 보장, 공시·감사,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를 포함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약 2762억 달러(점유율 99.6%)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유로 스테이블코인(약 5억 달러)는 0.2%로 미미한 수준이다.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약 1500만달러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금지돼 있으나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5778억 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0.1%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8건이 제출돼 있다. 발행인 정의, 인가제 도입, 자본금 요건, 현금·예금·단기채권 등으로 구성된 준비자산 보유, 감독·규제 체계 마련 등 해외 규제 틀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하반기 중 제도화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안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논의는 대체로 발행 자격과 감독 권한 배분에만 치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 작동에 필요한 실질적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원화 신뢰도 제고, 공공·민간 영역에서의 새로운 사용처 발굴,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 외환정책 보완,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확대에 대비한 이용자 보호 체계 마련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